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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교육부, 교육과정 개편 천명

한국교육원 0 8431
백인 중심 역사 정통성 추구..검토위원 선임 강행
서구 문명 유산 강조로 ‘다민족 교육’ 위축 우려

연방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개편할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백인 중심의 역사가 호주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서구문명의 유산을 강조함으로써 다민족 교육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파인 연방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애들레이드서 열린 기자회견서 중등학교 교과과정 수준을 끌어 올리고 문화적으로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파인 장관은 “서구 문화의 정통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호주 역사의 중대한 사건들을 강조하지 않는 현행 교과과정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교육과정이 개편된다면 그 적용시기는 주정부 및 준주정부들과 협의를 마치는 내년부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직 교사였던 케빈 도넬리와 켄 윌트셔 경영학 교수를 검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파인 장관은 “두 교수가 균형있게 접근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토위원회 인물 면면으로 볼 때 역사 교과서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넬리는 ‘상대주의(relativism)’ 교육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반대론자이다. 윌트셔 교수는 기능 중심 교육을 반대하고 지식 중심 교육을 주장하는 대표 인물이다. 이에 앞서 토니 애봇 연방총리는 기존 역사 교육이 지나치게 친노동당, 친노조 성향이 강하고 자유국민연립 출신 연방총리들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번 위원회 인선으로 여야간 ‘문화 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호주 주류 사회를 구성하는 영국계 호주인들의 역사를 중시하는 자유국민연립과 문화적 상대성을 추구하는 노동당 간의 역사 인식 논쟁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일례로 지난 2012년 줄리아 길라드 정부의 교육과정에 대해 존 하워드 전 총리(자유당)는 “역사 교육과정에서 서양 전통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띄게 사라진 것은 서구 문명에 대한 자각심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역사 교육이 이런 방향으로 갈 경우 미래 세대가 이 나라가 어떻게 건국됐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파인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스스로 현재의 역사 교육이 서구 문명의 유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안작 데이와 같은 호주 역사상 큰 사건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호주 역사의 뿌리를 기독교 중심의 서구 문화로 볼 것인지, 애보리진을 호주 원래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추구할지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파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정은 정통성이 있어야 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오늘날 이 나라가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며 “그래야만 제대로 된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의 교육과정 개편 논란은 한국에서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채택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기운 기자
freedom@hoj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