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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태권도 사범의 한국문화 예찬

"문화를 함께 나누는 것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보람된 경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타문화에 대해 더 많이 배울수록 보람은 더 크고, 보람이 클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한다."

이는 시드니의 한국인사범을 통해 태권도를 배우고 삶이 변화된 나머지, 한국어 공부에까지 발 벗고 나서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글학교 문을 두드렸던 한 호주인의 말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작년 하반기부터 거의 일년 동안 호주한국학교에서 어린 교민 자녀들 사이에 끼여 한국어를 배워온 마이클 란(47) 씨. 최근 개인적인 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남기면서 아쉬움과 함께 한국어 공부는 계속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문화를 함께 나누며'(Sharing Cultures)란 제목의 이 글에서 마이클 씨는 문화의 경계를 넘어 그 길을 따라가는 동안 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는 진정한 축복의 기회 등 자신의 경험 일부를 나누고 싶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가 라이온스 파크 태권도(Lions Park Tae Kwon Do)에서 수련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 브루스 리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모르지만, 사촌이 이미 검은띠여서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돼 직장에서 사고를 당해 수련을 못하고 몇 해를 지내다가 마침내 중국인 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의사는 그의 증세를 고쳐주면서 태권도를 계속하도록 적극 독려해 주었다.

박병훈 관장님(Kwan Jang Nim Byung Hoon Park)의 지도 아래 검은띠를 매게 되고 4단까지 오르게 됐다. 가능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두 아들도 그의 열정을 이어받아 함께 수련하며 나란히 3단까지 오르는 자랑스러운 태권도 3부자가 되었다.

이제 그는 박관장님 밑에서 파라마타 웨스트, 켄트허스트, 퉁가비 등 3개 초등학교에서 태권도 수업을 맡아 약 9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그가 가르쳐온 수련생들은 소년소녀와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장애인들까지 다양한 계층을 망라하고 있다.

마이클 씨는 자신이 "태권도를 배우고 박관장님을 알게 된 즐거움 때문에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분은 나에게 '정신'의 참의미와 겸손한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내 인생을 영원히 바꿔 주셨기에 아무리 감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태권도에서 비교적 어려운 부분의 하나가 모든 구령의 발음이라고 말한다. 주목을 시키고 일반적인 지시와 수를 세는 모든 것이 한국말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읽고 쓰는 데까지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주변의 소개로 페넌트 힐스의 호주한국학교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교장은 그에게 유치원 정도의 어린 꼬마들과 같은 반에 들어가게 될 것이며, 가정에서 한국말로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의 학습 진도가 더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급적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등록을 했다.

그러나 막상 수업 첫날은 온통 신경이 곤두서서 안절부절 못했다. 한국 어린이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한국계도 아닌 어른이 앉아 있으니…… 완전 별종이 된 자신을 바라보면서 이제 그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 와 있을 때 어떻게 느낄 것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과 같은 반 학생들에게 아주 따뜻한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자 두려움 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사실 아이들은 그에게 아주 많은 웃음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가 어른인데 왜 학교로 돌아왔느냐, 부모가 한국어를 배우라고 시켰느냐, 고등학교를 졸업했느냐, 여자친구가 있느냐, 정말로 그렇게 나이가 많으냐(REALLY THAT OLD?) 등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일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그는 학급 수업 외에 교장선생님의 특별지도로 이내 한글 알파벳을 터득하게 됐다. 그리고는 "새로운 단어들이 서서히 다가왔고, 그 단어들을 오래지 않아 쉽게, 특히 SBS TV에서 이따금 방영하는 한국영화를 보면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어 공부가 아직 갈 길이 멀고 때로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한때 이질적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한국어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를 이용하는 데까지 뻗쳤다. 이제는 한국에 있는 몇몇 친구들과 인터넷 전화를 통해 규칙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한국 친구들은 그의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고 그는 그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며 좋은 친구들이 된 것이다.

마이클 씨는 최근에 시드니 남서쪽 시골인 크룩웰에 약 80ha의 농장을 구입해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가서 농장을 돌보게 되었다. 부부가 여러 해 전부터 꿈꾸던 일이어서 참으로 행복감을 안겨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돼 아쉬움이 컸다. 그는 "수업시간을 즐겼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 슬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학교에서 한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면서 자신의 학교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아울러 모든 학생 친구들에게 자신이 얻은 것과 동일한 유익을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를 계속할 것을 독려해 주고 싶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새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공부를 계속하겠지만, 진도가 훨씬 더디어질 것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만 할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신이 가졌던 즐거운 시간과 그가 배운 여러 가지 값진 레슨들을 결코 잊지 못하리라는 것이라면서 "남은 여생 동안 이를 간직할 것이며 이 경이로운 문화를 접하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끝을 맺었다.